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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Exhibition Review/art

STORY 2. 생각보다 엉망은 아니었던 엉망 展

by poesie6 2018. 11. 16.


 

STORY 2.

생각보다 엉망은 아니었던 엉망 展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무용 공연을 보러가기 전 1시간 정도의 짜투리 시간이 남아 광화문에 위치한 일민 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 '엉망'을 보았다. 제목만으로도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강렬함에 무슨 전시인지 사전에 알아보지 않고 그냥 향했다.


'엉망' 이라는 전시는 작가 SASA의 개인전이며 전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순간 전시계의 또다른 요즘 시대 수집계의 탕아의 출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예전에는 작가와 전시에 대한 팜플렛을 먼저 읽고 어떤 작가인지 파악 한 후 작품을 보았는데, 요즈음엔 작품만 본다. 난독증이 생겨서인 이유도 있고, 작품을 먼저 보면 이 작가의 세계관이나 이미지를 파악하게 되는거 같아서 상상의 여지를 준달까?

 

 

 

 

첫 전시장을 들어서자, 커다란 텍스트와 형형색색의 이목을 끄는 색감들, 그리고 신발 매장이라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진열된 신발들이 

제일 먼저 보였다.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 까지 하는 A사와 N사 운동화들이 작품처럼 고고하게 진열되어 있는데, 

"음..? 이건 뭐지? 이걸 왜??" 하며 전시장을 찬찬히 훑어보니, 뒷편 아크릴 장식장 안에 조금 더 저렴한 운동화가 

예쁜 색 배열로 진열되어 있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1 왜 작가는 신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한 이 운동화들을 수집하여 보여준걸까?

 


 

  

 

 

의문을 가지고 보다가 정말 뜨악한 작품은 작가가 2006년부터 시작한 '연차 보고서'.

본인이 먹은 음식 리스트가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고, 일별로 한 페이지마다 먹은 메뉴가 단순한 문장으로 기록된다. 심지어 그냥 

버리게 되는 구청이나 은행에서 발행하는 순번  대기표, 영화예매표, 식대지출 간이 영수증  등 까지 모두 스캔을 하여 책으로 엮었다. 
이렇게 사소함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의 에티튜드와 기록을 남기는 '수집력' 에 감탄했으며, 한편으로 내가 지금까지 먹고, 쓰는데 지출한 비용이 새삼 궁금해졌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2 왜 내가 이 작가가 먹은 리스트, 취향, 행보를 넘어선 사생활을 알아야 하지? 이 작가는 또 왜 이런것들을 기록으로
남겨서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이러한 특이함과 유니크함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유머러스한 답들이 숨어있는 듯 하다. 

머리가 복잡했던 와중 눈에 들어오는 텍스트,     

 '그냥'...      

 

 

'그냥' 이라는 단어로 내 머릿속에서 제기했던 의문에 답변을 해주는 듯 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것들을 왜 전시해? 라고 할테지만, 
시각화 시키지 않았을 뿐 지구에 사는 모든 개개인들은 인식하지 못한채 다양하게 소비하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해나간다. 따라서 이 전시장에 있는 물건들과 기록들은 단순한 작가의 show-off나 기록력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TMI (Too Much Information) 정보들을 통해서 소통하는 요즘 현대인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소비상품에 대해 강박적으로 아끼며 신성화 하는지에 대한 심리를 일깨워주는 듯 하다.

 

 

 


 

 

 

 

작가의 유머러스한 부분은  

"None of my exs are married or in happy relationships so it's safe to say that I wasn't da problem. lol" 

에서도 볼 수 있는 듯 하다. 

아마 나처럼 이 작가가 수집한 이 오브제들이 전시장에 모아지기까지의 과정들을 상상하며 미친작가 (죄송합니다. 작가님..) 라고 생각한 
관람객들이 많을 것이며, 그들에게 던지는 말같았다.

번역하자면, "나의 전 남친들은 아직 아무도 결혼을 하지 않았고 지금도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니, 내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도 
이상할게 없다. 하하하" 

너무나 자기 방어적이면서 자기 위로를 하는듯한 문장같지만 이 공간에 있는 컬렉션들을 모은 것이 결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대량생산화 하는 물질들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그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 누군가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상큼한 핑크 빛 벽에 "Please don't touch"라고 쓰인 작품 처럼 

벽이어서 만지는게 당연하고 만진다 해도 이상할게 없지만 보여지는 텍스트의 의미와 예쁘게 꾸며진 폰트로 인하여 사람들이 더 만져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기도 하며, 심지어 벽주제에 상품화된 면모를 드러낸다. 

내가 명품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

용도는 몸에 걸치고, 물건을 담아 들기 위한 것이지만 추가적으로 미적인 감각과 특정 브랜드의 히스토리로 인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생기고 고가의 상품이 되어버려, 만져보는 것 조차 부담스러운 존재.  명to the 품.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들의 노예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


전시를 보면서 품은 의문들을 하나씩 정리해보자면, 

현대 사회에서는 터무니 없이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자극하여 판매하기 위한 물건들 부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의 1분 1초 동안만 필요한 
물건까지 너무나 다양한 작품들이 생산되고, 그것들을 그냥 폐기하기도 하고 신성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물건들을 소유하고 선보이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정의하고자 하기도 하고, 요즘 뜨고 있는 직업 유튜버나 SNS 마케터 처럼 자잘한 기록들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인위적으로 판매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생활적인 면모에 대한 바운더리가 사라지면서, 원하던 원치 않던 모든 것들이 공유화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P.S 지금까지 1층의 전시에 대한 나의 리뷰지만,,

2층 전시장에 있는 10/4024 작품도 1층 작품들의 연장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제목처럼 2004년간 작가가 10년 동안 스튜디오에서 소비한 4024 개의 음료 빈병들을 수집하여 진열한 작품이며 추억의 신나는 대중가요와 함께 활력을 준다. 특히 초록색 소주병이 이쁜지 셀카 찍는 애들이 많다. ^^

불과 1,2 년전만해도 유행했던 미니멀리즘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스쳤다.

그리고 또 하나, 전시가 끝나면, 큐레이터들은 저 소주병과 쥬스통을 뽁뽁이로 하나씩 다 포장해아하는걸까...?

 

 

* 전시정보:

제목 : 엉망
기간 : 2018.09.07(금) - 2018.11.25(일)
시간 : 11:00 - 19:00
장소 : 일민미술관
요금 : 일반 7,000원(단체 6,000원) 학생 5,000원(단체 4,000원)

일민 미술관 사이트: http://ilmin.org/kr/exhibition/cur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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