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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Exhibition Review/art

STORY 9: DAVID HOCKNEY 전 후기/ 서울시립미술관

by poesie6 2019. 4. 14.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동시에 좋은 작품들이 있을까 하는 약간의 불신도 없진 않았다.

국내 미술관에서 이름만 들어도 혹할 해외 작가 전시를 열어서 가본다 해도 그다지 기억에 남거나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억에 남는 작가 전시 중 한 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처음 보게 되었던 Jill Babier 개인전.

지난 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 달러 (10196000만원)에 낙찰되어 생존 작가 중 가장 몸값이 높은 작가의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낮았던 나에게는 왜? 이런 의문을 계속 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돌담길을 따라 걸으니 서울시립미술관. 빨간색, 파랑색, 노랑색 으로 쓰여있는 호크니의 이름 현수막이 환영해준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니, 나보다 일찍 온 부지런한 관람객들이 이미 긴 줄을 서있었다. 한국 미술관에서 이렇게 줄을 서서 관람을 하는 광경은 정말 처음이었다. 이렇게 호크니에 대한 관심과 작가의 명성이 한국사람들에게 큰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20여분정도 줄을 선 끝에 관람하러 전시장에 입장했다.

전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여 작품이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공유가 불가능하다는데 너무 아쉬웠다. 첫 전시장에는 호크니의 대학시절에 만든 석판화 작품들과 드로잉이 많이 설치되어있다.

석판화 이미지들은 호크니 유년시절의 불안정한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보기에 불편하면서도 약간의 위트가 있었다.

 

호크니 하면 밝은 색감의 페인팅인데 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흑백의 대비와 포인트를 주는 빨간색이 어우러져 텍스트와 함께 확실한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다. (사진이나 설명을 사진으로 찍지 못하게 하여 자세한 설명은 불가능하나..)

1960-70년대에 제작한 이 작품들은 그 당시 예술의 모든 방면에서 아방가르드 했던 미국에서 호크니가 생활하면서 겪고 느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영국 출신인 그가 미국 문화로부터 받은 신선한 자극과 자신의 호모 섹슈얼한 정체성을 반영시킨 것이다.

 

다음 방으로 이동하자 호크니가 수영장과 물에 대한 탐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짧게나마 알 수 있는 판화 작품들이 있었다. 호크니의 관심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언가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컸고, 그 중 물은 호크니의 예술적 challenge를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지렁이같이 표현된 파란 색 물결은 상당히 단순한 표현력에서 시작되었고, 레이어를 쌓으면서 채도를 달리하여 물의 깊이와 그림자 표현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맑은 파란색의 느낌이 청량한 느낌을 주어 좋았다.

그리고 나서 시선을 끈 작품은 호크니의 대표작 A Bigger Splash.

 

A Bigger Splash /image copyright Tate Modern

캔버스를 가득 채우지 않은 작품이여서인지 작품이 생각보다 작게 느껴졌다. 이렇게 여백을 남기는 페인팅 스타일은 그의 초기 작품 스타일이기도 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굉장히 깔끔한 표현과 디테일한 물튀김의 움직임이 생동감이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 수영장 이미지는 1963년 호크니가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가면서 캘리포티아의 뜨거운 햇살과 릴렉스한 라이프 스탈일에 신선한 충격을 받으면서 탐구하게 된 하나의 scene이자 대상이 되었다. 영국에 있을 때는 항상 흐리고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야외 수영장은 대중적인 문화가 아니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느 집이나 수영장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데일리하고 캐쥬얼한 문화의 일부였기 때문에 호크니에게는 다소 흥미를 줄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음 두개의 관은 패스하겠다. 호크니가 피카소에 대한 영감을 받고 피카소를 오마주 하는 다수의 판화들을 제작하였다. 특정적으로 기억에 남는 판화가 있기는 하나 작품 수에 대한 설명이 현저히 부족했던 거 같다. 작품 캡션도 뭔가 부족한 느낌.

 

마지막 전시실에 있는 작품인 A Bigger Grand Canyon, 1988, Oil on 60 canvases.

 

A Bigger Grand Canyon, 1988, Oil on 60 canvases

60개의 캔버스를 이어서 제작한 오일 페인팅인데, 색감이 너무나 강렬하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랜드 캐넌의 광활함을 표현하기엔 어떻게 보면 작은 프레임이지만 호크니의 심플한 평면적인 색감에 녹아있는 디테일함이 너무나 잘 나와있다. 그랜드 캐넌의 진한 붉은빛의 황토색이 햇빛을 받아 golden earthy colour라고 색에 이름을 붙여보고 싶었다. 앞쪽 구도에 표현된 절벽의 윗부분과 나무들과 관목들이 미니어처 같이 서있고 초록색이 붉은 황토와 너무나 잘 대비되어, 꼴라주 같은 평면적인 구도인데도 불구하고 공간감각이 있었다.

나는 이러한 공간감각이 문소영 기자의 블로그에서 꼴라주 기법을 읽지 않았다면 왜 호크니가 이렇게 캔버스 여러 개를 이어 붙였으며, 이러한 구도를 제작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포토콜라주 실험에 대한 추가 작품이나 설명이 더 있었다면 관람자들이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 싶다.

 

호크니는 포토 콜라주를 통해 세잔처럼 한 오브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다른 시점을 풀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포토 콜라주를 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왔다. 사진은 대상을 왜곡시키며 수십개를 찍어 그 중에 긴 시간성을 담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을 고르는 거라 생각하여 호크니는 사실 사진에 대한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60대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집 거실을 여러장 찍어서 꼴라주 방식으로 배열하였다. 최종 배열이 끝난 후 이러한 새로운 기법은 그 거실을 관람자가 돌아다니면서 보는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며 narrative를 만든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 후부터 그는 카메라라는 새로운 매체를 동원하여 포토 콜라주를 제작하면서 예전 19세기 후반 에서 20세기 초반의 세잔이나 피카소와 같은 대가들의 기법들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한다. 단 한가지의 angle로만 보여주는 single photograph나 평면 페인팅과는 다르게 더 긴 시간성을 부여해주어 시간적 공간감각도 주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중요한 포토 콜라주 한작품도 없는 게 참

 

어쨌든 호크니는 정말 천재적이면서 알토랑 같은 현대작가임은 틀림이 없었다.

그의 다양한 medium으로 실험적인 작품들을 하면서 본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페인팅을 실제로 보게되어 더 큰 감동이었고, 그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게 되었다. 사실 전시 구성이나 컨텐츠는 기대에는 많이 못미치고 입장료에 비해 재입장과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들이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에 유럽에서 호크니의 회고전을 다시 하게 된다면 반드시 보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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