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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THEATER/movie

런어웨이 브라이드

by poesie6 2019. 12. 10.

런어웨이 브라이드 (1999)

 

 

요즘 내가 빠져 있는 배우. 리차드 기어 때문에 그가 나온 영화들을 보며 추운 올 겨울도 잘 지나가고 있다. Pretty Woman (1990)  을 시작으로 가을의 뉴욕 (2000) 을 찍고선택한 영화가 런어웨이 브라이드 (1999)였다.
일요일 끝자락에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 그나마 월요병에 덜 심할 것 같아 선택했는데, 참으로 신선한 주제의 영화이며 이때부터 여주의 주체적인 자아정체성이 필름에도 담겼구나를 세삼 느끼게 되었다.

3번의 결혼식을 올리면서 결혼식의 끝을 마무리지지 못하고 두발로 달리거나 말을 타고 도망가는 여주 매기 (줄리아 로버트).
결혼이라는 것을 하기까지 마음먹는게 참으로 어려운 것인데 그것도 3번의 기회를 만들고 단숨에 차버리는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나도 흥미로운데, 신문 컬럼을 쓰는 남주 아이크 (리차드 기어)는 얼마나 구미가 당기는 화제거리였을까? 아이크는 술집에서 만난 남자가 들려준 '도망간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단숨에 전국 일간지 칼럼에 실어 결혼을 앞두고 있는 매기가 또 도망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며 전국적으로 매기의 치부를 드러낸다.

 

결혼이 얼마나 하기 싫으면 얼굴과 몸짓에 다급함이 느껴진다

줄리아 로버츠가 워낙 아름다운 비쥬얼을 가지고 있는 것 때문이지만, 매기라는 여자가 얼마나 매력적이면 결혼식에서 도망간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을 유혹하여 결혼식장까지 가게 하는 마력이 있는것인지 궁금해졌다. 영화가 진행되면 매기의 매력이 서서히 드러난다. 

매기의 매력은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기계를 잘 다루며, 창의적인 발명품도 만드는 손재주가 있는 여성이다. 섬세한 손기술을 가졌지만 장난스럽고 톰보이스러운 성격으로 사사로운 것에 신경을 쓰는 캐릭터는 아니다. 아이크가 매기가 미용실에서 첫 대면을 할때 눈치 빠르게 그가 칼럼니스트인걸 알고, 친구 미용사와 작당하여 아이크의 머리를 무지개 색으로 염색해버린다. 눈에눈 눈 이에는 이 정신을 가진 캐릭터이다. 마을 럭비대회가 있을 때도 남자들이 럭비대회를 하면 목청을 터져라 응원하며 경기장까지 들어가 친구의 남편과 배로 하이파이브 까지 하는 대담함이 있다. 정말 털털한 성격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매기 친구는 배프이지만, 싫은 기색이 얼굴에 나온다.

아마 이러한 매력에 남자들은 같이 있으면 엔돌핀이 도는 그녀의 에너지를 사랑했을 것이다. 매기의 매력은 이렇게 대중 매체를 통해서 그리고 3번의 결혼식으로 남자들에게 상처를 남기며 매력에 굴복할수 밖에 없는 마법같은 베일을 만들어 버리는듯 하다. 하지만 아이크는 매기의 생활을 관찰하며 옆에붙어 지내면서 그 베일을 한번에 홀딱 벗겨버린다. 그녀가 도망치는 이유를 그는 꿰뚫은 것이다.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매기의 텅빈 마음을 그리고 그녀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조차도 아이크는 알았던 것이다. 자기 탐구라는 과정을 생략해 버려 결혼이라는 제도에 몸을 던져버리려 했던 매기는 아이크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계란 하나도 어떤 스타일로 해 먹는걸 좋아하는지 알게된다.

 

아이크와의 4번째 결혼식을 올리면서 매기는 또다시 버릇처럼 트럭을 타고 도망가며 아이크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자기자신도 어쩔수 없는 지금까지의 자신을 내려놓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달걀 스타일을 탐구하고, 자신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 심장을 띄게 하는 것을 다시 터득하기 시작한다. 너무나 귀엽고 우습게 보이는 장면이지만 자아탐구를 하는 중요한 씬이기도 하다. 달걀 그까짓게 뭐라고 유난이지? 라고 그냥 웃어 넘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자신에게 붙여지는 타이틀이 많아질 수록, 자신을 돌아볼 수 없이 앞만 보고 가야하는 상황들이 많다. 남녀 노소를 불문하지만, 특히 결혼과 커리어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하는 여성들에게는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엄마가 되는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족할만큼 드러내며 살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 항상 희생, 이해, 배려를 당연시 해야되는 유부녀의 위치로 가기 전에 서 있는 미혼녀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아마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의 시간이 시간낭비는 아닐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영향을 주는 그런 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I love Eggs Benedict, I hate big weddings with everybody staring. I'd like to get married on a weekday while everybody's at work. And when I ride off into the sunset, I want my own horse"   - Maggie Carpenter, Julia Robe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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